나는 코딩을 못한다.
정확히는, 못 한다고 생각했다. 20년 넘게 IT 업계에 있었지만 나는 늘 "기술을 쓰는 사람" 쪽이었다. 개발자들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기획하고, 운영하고, 개선 요청서를 쓰는 사람. 코드는 내 영역 밖의 언어였다.
그랬던 내가 2025년 12월, 퇴근 후 혼자 앉아서 게임을 만들었다. 5분 만에.
"바이브코딩"이 뭔지도 몰랐다
작년 말부터 언론에서 자꾸 "바이브코딩"이라는 단어가 보이기 시작했다. AI한테 말로 설명하면 코드를 짜준다는 건데,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다. 개발자도 아닌 내가 뭘 만든다고.
그러다 호기심에 Claude 아티팩트를 열었다. 그리고 그냥 써봤다.
"알카노이드 게임 만들어줘."
30초쯤 지났을까. 화면에 벽돌 깨기 게임이 나타났다. 공이 튀고, 패들이 움직이고, 벽돌이 깨졌다. 실제로 플레이가 됐다.
5분도 안 걸렸다.
나는 한동안 화면만 멍하니 봤다. 말이 안 나왔다. IT 업계 20년 차가, 코딩이라는 걸 한 번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사람이, 방금 게임을 만들었다.
이게 된다고?
충격 다음엔 욕심이 왔다
머릿속에서 뭔가가 딸깍 하고 열렸다.
게임이 된다면 — 내가 매일 엑셀로 끙끙대던 그 작업들도 되는 거 아닐까?
나는 회사에서 권한관리를 엑셀로 하고 있었다. 수백 행짜리 스프레드시트. 담당자가 바뀌면 수동으로 고치고, 시즌마다 감사가 들어오면 또 손으로 취합하고, 오류가 나면 처음부터 다시. 그걸 몇 년째 반복하고 있었다.
"이거, 프로그램으로 만들 수 있겠다."
그날 밤 바로 시작했다.
프로토타입까지 몇 분, 시스템까지 몇 주
Claude에게 상황을 설명했다. 어떤 데이터를 관리해야 하는지,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. 개발 용어 하나 없이, 그냥 업무 언어로 풀어서 썼다.
몇 분 만에 동작하는 프로토타입이 나왔다.
물론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. 아티팩트로 만든 건 어디까지나 시연용이었다. 실제로 회사에서 쓰려면 제대로 된 시스템이 필요했다. 그래서 Claude Code로 옮겼다. 혼자서, 퇴근 후에, 조금씩.
그리고 실제로 돌아가는 권한관리 시스템이 완성됐다.
이게 왜 충격이었냐면
나는 20년 동안 개발팀에 요청서를 썼다. "이런 기능이 필요합니다." 그러면 우선순위에 밀려서 6개월 뒤에 연락이 오거나, 아예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.
그런데 지금은 — 내가 필요한 걸 직접 만든다.
기다릴 필요가 없다. 설명서 쓸 필요도 없다. 내가 가장 잘 아는 업무를, 내가 직접 도구로 만든다.
20년 동안 "기술을 쓰는 사람"이었던 내가, "기술을 만드는 사람"이 됐다는 느낌. 그게 가장 큰 충격이었다.
그 이후로
그게 시작이었다.
이후에 옵시디언 플러그인을 4개 만들었다. 사람들이 실제로 쓰고 있고, 반응도 좋다. 회사에선 AI 전환(AX) 기획을 하면서, 퇴근 후엔 바이브코딩으로 이것저것 만든다. 요즘이 IT 업계 20년 중 가장 재밌는 것 같다.
이 블로그는 그 여정을 기록하는 곳이다.
코딩을 모르는 사람이, AI와 함께 뭔가를 만들어가는 이야기. 대기업 현장에서 AI 전환을 기획하면서 동시에 스스로 도구를 만드는 이야기. 20년 실무자가 다시 입문자가 된 이야기.
다음 편: Claude로 옵시디언 플러그인을 만드는 방법 — 비개발자가 처음부터 배포까지